JOURNAL /EP.16

나는 왜 자기소개를 하다가 사업설명회를 하는가

“저는요…”

2026.08.19

누군가 묻는다.

“무슨 일 하세요?”

아주 평범한 질문이다.

그런데 나는 이 질문이 어렵다.

🤣🤣🤣

“저는요…”

잠깐.

뭐부터 말하지?

자외선 램프도 하고.

열차단필름도 하고.

시공도 하고.

제품도 찾고.

홈페이지도 만들고.

업무 시스템도 만들고.

요즘은 또 퓨리뷰랩을 만들고 있다.

...

상대방은 그냥

무슨 일 하냐고 물어봤다.

🤣🤣🤣🤣🤣

그래서 짧게 대답해본다.

“여러 가지 해요. 😊”

그러면 꼭 다시 묻는다.

“어떤 거요?”

...

큰일 났다.

🤣🤣🤣

설명을 시작한다.

“원래는 이런 일을 했고요.”

“그러다가 이런 것도 하게 됐고.”

“이 회사에서는 이걸 하고.”

“저 회사에서는 저걸 하고.”

“요즘은 사장님들 업무 줄이는 시스템도 만들고 있어요.”

상대방이 고개를 끄덕인다.

여기서 끝내면 된다.

그런데 내가 또 말한다.

“근데 그게 왜 필요하냐면요.”

...

자기소개가 사업설명회로 바뀌었다.

🤣🤣🤣🤣🤣

견적서 이야기가 나온다.

“사장님들이 견적서 하나 쓰는데

30분씩 쓰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걸 5분으로 줄이면

25분이 남잖아요.”

“그 시간에 전화 한 통 더 하고.”

“블로그 하나 더 쓰고.”

“영상 하나 더 만들고.”

“영업을 한 번 더 할 수 있잖아요.”

상대방이 묻는다.

“아, 그러면 업무 자동화하는 회사예요?”

나는 대답한다.

“그것만 하는 건 아니고요.”

...

다시 시작한다.

🤣🤣🤣🤣🤣

“홈페이지도 그냥 만드는 게 아니라

회사 업무랑 연결하고 싶고요.”

“대표님들이 밖에서도 일할 수 있게

모바일로 관리하게 하고.”

“사업 여러 개 하는 분들은

한 관리자에서 같이 보면 좋겠고.”

“회사마다 일하는 방식이 다르니까

그 흐름에 맞춰서 만들고요.”

...

상대방이 물을 한 모금 마신다.

🤣🤣🤣

나는 눈치를 본다.

너무 길었나?

이제 그만해야겠다.

그래서 화제를 바꾼다.

“근데 사장님은 무슨 일 하세요?”

상대방이 자기 일을 설명한다.

나는 조용히 듣는다.

정말 조용히 듣는다.

😊

그런데 듣다 보니까

불편한 게 하나 보인다.

“잠깐만요.”

🤣🤣🤣

“그건 지금 어떻게 관리하세요?”

“엑셀로요.”

...

아.

🤣🤣🤣🤣🤣

나는 다시 묻는다.

“견적은요?”

“직접 만들죠.”

“고객관리는?”

“따로 하고요.”

“홈페이지는요?”

“있긴 한데 오래됐어요.”

...

자기소개는 끝났다.

이제 상대방 회사 상담이 시작됐다.

🤣🤣🤣🤣🤣

나는 원래

내 이야기를 하려고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상대방 회사의 업무 흐름을 듣고 있고.

홈페이지를 보고 있고.

불편한 걸 찾고 있고.

“이거 이렇게 하면 되겠는데요?”

라고 말하고 있다.

결국 상대방이 묻는다.

“그럼 이것도 해줄 수 있어요?”

나는 대답한다.

“네. 😊”

...

왜 이렇게 됐지?

🤣🤣🤣🤣🤣

생각해보면

내가 자기소개를 어려워하는 이유는

하는 일이 많아서만은 아닌 것 같다.

나는 직업 하나로

나를 설명하는 게 조금 어렵다.

경리도 해봤고.

영업도 해봤고.

디자인도 해봤고.

개발도 배우고.

제조도 경험하고.

유통도 하고.

도매도 하고.

소매도 하고.

주문제작도 하고.

현장도 다니고.

사업자도 운영하고.

법인도 운영해봤다.

보험설계사도 해봤고.

정책지원자금 컨설팅도 해봤고.

영상도 만들었다.

하나하나 놓고 보면

서로 다른 일 같다.

그런데 지금 와서 보니까

이 경험들이

이상하게 하나로 연결된다.

사장님 이야기를 들으면

경리할 때 불편했던 게 생각나고.

영업할 때 필요했던 게 생각나고.

현장에서 답답했던 게 생각나고.

대표 입장에서 궁금했던 게 생각난다.

그래서 화면 하나를 만들 때도

예쁘게 만드는 것만 생각하지 않는다.

“이거 누가 쓰지?”

“언제 쓰지?”

“다음에는 뭘 해야 하지?”

“여기서 또 입력해야 하나?”

“휴대폰에서도 되나?”

이런 게 먼저 보인다.

그래서 굳이 이름을 붙인다면

나는

백그라운드 설계자**에

조금 가까운 것 같다.

😊

앞에서 모든 걸 하는 사람이라기보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일이 돌아가는 걸 보고.

뒤에서 하나씩 연결해보는 사람.

그리고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또 다른 사람을 연결한다.

내가 모르면?

아는 사람을 찾으면 된다.

그 사람이 잘하면?

같이하면 된다.

😊

그래서 퓨리뷰랩도

혼자 다 하겠다는 회사로 만들고 싶지는 않다.

오히려

오랫동안 자기 분야에서 일한 사람.

기술을 가진 사람.

경험을 가진 사람.

좋은 제품을 가진 회사.

새로운 일을 같이 해보고 싶은 사람.

그런 사람들과

계속 연결되고 싶다.

내가 가진 경험도 나누고.

상대방이 가진 경험도 배우고.

서로 필요한 게 있으면 같이하고.

그래서 홈페이지에

“**협업 · 협력사 환영합니다.**”

라고 써놓은 것도

그냥 멋있어 보여서 쓴 말은 아니다.

진짜 환영한다.

😊

특히

한 분야에서 오래 일한 분들을 만나면

나는 정말 궁금하다.

“그동안 뭘 보셨을까?”

“어떤 걸 알고 계실까?”

“그 경험에 지금의 기술을 붙이면

뭘 만들 수 있을까?”

나는 그런 이야기를 듣는 게 좋다.

그리고 아마 또 말할 것이다.

“그거 같이 해보면 재미있겠는데요? 😊”

그러니까 다음에 누군가

“무슨 일 하세요?”

라고 물으면

이번에는 짧게 대답해봐야겠다.

“사장님들 일하는 거 보고

불편한 거 줄이고,

필요한 사람들 연결하고,

재미있는 거 같이 만듭니다. 😊”

...

괜찮다.

짧다.

마음에 든다.

그런데 상대방이 물으면?

“구체적으로 어떻게요?”

...

그때부터는

커피 한 잔 더 시켜야 한다.

🤣🤣🤣🤣🤣

[EP.16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