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AL /EP.09

나는 왜 사업이 세 개인데 새로운 명함을 또 만드는가

2026.07.01

명함을 만들려고 했다.

정말 명함 하나.

보통 명함에는

회사명.

이름.

직함.

전화번호.

이메일.

이 정도가 들어간다.

간단하다.

그런데 나는 시작부터 막힌다.

“어느 회사를 넣지?”

🤣🤣🤣

하는 일이 하나면 쉽다.

그런데 나는

UV도 하고.

필름도 하고.

홈페이지도 만들고.

업무 시스템도 만들고.

회사도 하나가 아니다.

...

명함 한 장에

뭘 어디까지 써야 하지?

🤣🤣🤣🤣

직함도 문제다.

대표.

총괄이사.

홍팀장.

...

나는 한 사람인데

직함이 왜 이렇게 많지?

🤣🤣🤣

한참 고민하다가 생각한다.

“그냥 다 넣을까?”

안 된다.

명함이 아니라

회사소개서가 될 것 같다.

🤣🤣🤣🤣

그래서 하나씩 줄여본다.

이 회사 빼고.

저 회사 빼고.

이 업무 빼고.

저 업무 빼고.

깔끔해졌다.

그런데 이번에는

내가 뭘 하는 사람인지

잘 모르겠다.

🤣🤣🤣

다시 넣는다.

다시 복잡해진다.

또 뺀다.

또 부족하다.

명함 하나 만들다가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시작한다.

🤣🤣🤣🤣🤣

그러다 문득 생각한다.

“잠깐만.”

위험한 말이다.

🤣🤣🤣

“명함에 다 넣을 필요가 있나?”

“QR 하나 넣으면 되잖아?”

오.

괜찮다.

😊

명함에는

가장 기본적인 정보만 넣고.

QR을 찍으면

내가 하는 일.

회사.

프로젝트.

연락처.

홈페이지.

필요한 걸 다 보여주면 된다.

“이거 좋다.”

여기까지면 된다.

그냥 모바일 프로필 하나 만들면 된다.

그런데 또 생각한다.

“그럼 상대방에 따라

보여주는 걸 다르게 하면 더 좋지 않을까?”

🤣🤣🤣🤣

UV 때문에 만난 사람에게는

UV 관련 회사와 프로젝트를 먼저 보여주고.

필름 때문에 만난 사람에게는

필름 관련 내용을 먼저 보여주고.

퓨리뷰랩 때문에 만난 사람에게는

홈페이지와 시스템을 보여주고.

“어?”

“이거 괜찮은데?”

🤣🤣🤣

그리고 한 단계 더 간다.

“명함 받은 사람이

바로 문의할 수도 있으면?”

문의 버튼.

“내 번호 저장도 바로 되면?”

연락처 저장.

“회사 소개서도 볼 수 있으면?”

자료 연결.

“카카오톡도 바로 연결하고.”

“홈페이지도.”

“영상도.”

...

잠깐.

나는 명함을 만들고 있었다.

🤣🤣🤣🤣🤣

어느 순간

명함 디자인 화면보다

모바일 프로필 화면을

더 오래 보고 있다.

그리고 생각한다.

“이거 나만 필요한 게 아닌데?”

또 나왔다.

🤣🤣🤣🤣

영업하는 사람.

프리랜서.

여러 사업을 하는 대표.

현장을 다니는 사람.

제품이 여러 개인 회사.

이런 사람들은

종이 명함 한 장으로

자기를 다 설명하기 어렵다.

그럼?

디지털 프로필.

상품 하나.

...

🤣🤣🤣🤣🤣

나는 명함 하나를 만들려고 했다.

그런데 명함을 만들다가

새로운 서비스를 생각하고 있다.

이쯤 되면

나에게 뭔가를 만드는 행위는

다른 뭔가를 만드는

입구인 것 같다.

🤣🤣🤣

그래도 종이 명함은 만든다.

왜냐하면

사람을 직접 만났을 때

명함을 건네는 느낌은 좋으니까.

종이는 종이대로.

디지털은 디지털대로.

둘 다 쓰면 된다.

😊

그리고 드디어

명함 디자인이 완성된다.

깔끔하다.

마음에 든다.

이제 끝이다.

인쇄만 맡기면 된다.

그런데 명함을 보다가

갑자기 생각한다.

“잠깐.”

“이 QR로 들어온 사람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게

소개 페이지도 하나 있어야겠는데?”

...

🤣🤣🤣🤣🤣

또 페이지를 만든다.

내 이야기.

내가 해본 일.

지금 하는 일.

관심 있는 기술.

앞으로 하고 싶은 프로젝트.

협업하고 싶은 사람들.

쓰다 보니까

명함에서 시작한 일이

내 소개 홈페이지가 되어간다.

🤣🤣🤣🤣

그리고 소개글 마지막에 쓴다.

“협업 · 협력사 환영합니다! 😊”

마음에 든다.

생각해보면

명함이라는 건

내 전화번호를 알려주는 종이보다

“저 이런 사람입니다.”

라고 처음 인사하는 작은 페이지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내가 하는 일이 여러 개라면

억지로 하나만 골라서

나를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내가 해온 일도 나고.

지금 하는 일도 나고.

앞으로 해보고 싶은 것도 나니까.

다만 문제가 하나 있다.

누군가 내 명함을 받고 묻는다.

“그래서 정확히 무슨 일 하세요?”

...

나는 웃는다.

😊

“설명하려면 조금 긴데요.”

🤣🤣🤣🤣🤣

다음 편 예고

10호. 나는 왜 홈페이지 하나 만들다가 ERP까지 만드는가

처음에는 홈페이지였다.

회사 소개하고.

제품 보여주고.

문의받고.

끝.

그런데 문의가 들어왔다.

“이거 관리자에서 바로 견적 만들면 안 돼?”

견적 기능을 붙였다.

“거래처가 여기서 주문하면 안 돼?”

발주 기능을 붙였다.

“재고도 같이 보면 안 돼?”

...

잠깐.

홈페이지 어디 갔지?

🤣🤣🤣🤣🤣